눈을 씻고 찾아봐도 애교는 보이지 않고.
무뚝뚝한. 선머슴 같은 딸이 바로 나랍니다.
딸 키우는 재미 하나 드리지 못하는 딸이지만,
아빠는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보다 딸이 먼저다.
물론 세상의 다른 아버지들도 모두 그렇겠지만요.
아버지에게는 나만큼이나 소중한 한 가지가 더 있다.
그건 바로 아빠와 세월을 함께해온 낡은 트럭 한 대다.
우리 가족과 세월을 같이 한 추억이 서려 있는 트럭이다.
사춘기가 되다 보니 낡고 허름한 트럭이 창피하기만 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아버지께서는 날 데리러 학교로 오신다.
딸 걱정 돼서 혼자 오시는 건 아니다. 트럭을 타고 오신다.
바쁜 와중에도 오시는 아빠에게 퉁명스럽게 한마디 한다.
"데리러 오지 않아도 된다니까요. 어련히 알아서 갈까 봐서.
이런 트럭 타느니 차라리 비 맞고 걸어가는 게 훨씬 나아요."
화물차도 차였지만.나는 속도 모르고 자꾸만 데리러 오는
아빠에게 화가 나 뱉지 말아야 할 말을 내뱉고 말았습니다.
딸의 모진 말에도 아빠는 화내기는 커녕 미안해했습니다.
얼마후. 아빠는 오래 된 트럭 대신 새 차를 장만했습니다.
비가 쏟아지던 날, 학교 정문 밖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아빠였다. 새 차를 가지고 날 데리러 오셨지만. 데리러 오지
말라던 내 말 때문에 선뜻 학교 안으로 들어오시지 못하고.
학교 밖에서 내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서성이고 계셨다.
갑자기 가슴이 뜨거워지더니. 속에서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죄송한 마음에 눈물이 쏟아져 나를 씻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아빠, 정말 죄송해요. 철없는 딸이 아빠 마음도 몰라 주고.
이제 좋은 차 다 필요 없어요. 그냥 아빠 얼굴 보고 수다 떨며
집에 가는 게 가장 행복해요. 사랑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 따뜻한하루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