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야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이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등나무 그늘에 누워 같은 하늘을 바라보는
저 연인들에게도 분명. 우리가 다 알지 못하는
많은 사연과 눈물겨운 것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그렇기에 겨울 꽃보다 더 아름답고.
사람 안에 또 한 사람을 잉태할 수 있게 함이
그것이 사람의 인연이라고 누군가 그랬습니다.

나무와 구름 사이 바다와 섬 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수천만 번의 애 닮고
쓰라린 잠자리 날갯짓이 숨 쉬고 있었음을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은 서리처럼 겨울 담장을 조용히 넘어오니.
겨울에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고
먹구름처럼 흔들리다가 대뜸. 내 손목을 잡으며
함께 겨울나무가 되어줄 수 있느냐고 한답니다.

눈 내리는 어느 겨울밤에 눈 위에 무릎을 적시며
수백 년에나 한 번 마주칠. 인연인 것처럼 잠자리
날개처럼 부르르 떨며. 누군가가 내게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