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찾아 왔습니다.
길가에 줄지어 피어 있는
코스모스를 따라 소리도 없이
한 걸음씩 그렇게 찾아 왔습니다.
그렇게도 시끄럽던 여름날의 매미의
울음소리도 마지막 생을 말해 주듯이
가끔 울고 그 자리에는 어느새 빨간
고추잠자리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가을에는 그대와 걷고 싶습니다.
그냥 걷고 싶습니다. 우리 곁을 맴돌며
시샘하는 고추잠자리가 알지 못하도록
소리 내지 않고 잡은 손끝으로 주고받는
사랑의 밀어를 나누며 거닐고 싶습니다.
빨강 코스모스는 그대에게 추파를 던지며
그 얼굴을 더 발그레하게 치장하지만, 그의
마음을 빼앗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답니다.
하얀 코스모스는 순결함을 더 나타내려고
가녀린 목을 한껏 세우며 순백을 뽐내지만
눈길 주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가을의 사랑이 내게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답니다. 그대가 아는 사랑의 언어로
가르쳐 주고 있기에. 이 가을날 코스모스 핀
가을의 외출이 그와 즐거웠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