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여자는 혼자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고
가을의 남자는 곁에 누군가가 있어 주길 원한다.
가을 여자는 혼자 떠난 여행에서 나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현실에 자신을 옥죄는 결박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깊숙이 숨겠노라 다짐하지만.
그것은 늘 꿈꾸는 일상의 희망 사항일 뿐인지
숨죽였던 생명이 소생하는 새벽이 되어 눈을
뜨면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일상이 된다.
가을 남자는. 어느 후미진 골목 선술집에서
단풍곱게 물든가을 산기슭에 흘렸던 장미의
눈물을 기억하며. 마음의 지도를 꺼내 놓고.
추억을 더듬어 회상해 보지만. 가냘픈 신음
소리만이 귓가에 맴돌 뿐. 회상하면 할수록
장미의 모습은 희미하게 멀어져만 갑니다.
혼자 술 마시는 가을은 그래서 더 쓸쓸하다.
가을 여자가. 가을 남자가 가을이면 앓는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