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대가

밤 안개 그윽한 바다에 호롱불을 지피고 다가서는 
새벽에 떠난 만선의 고깃배처럼 그대가 좋았습니다. 

눈 비비며 일어나는 아침에 대롱대롱 이슬을 달고 
내게 손짓하는 꽃잎처럼 그대가 사랑스러웠습니다. 

텅 빈 미로 속에서 헤매다 주저앉았을 때 우연히 
열린 틈으로 들이치는 햇살처럼 마냥 반가웠습니다. 

어린 날의 친구 녀석이 두고두고 가슴에 사무쳐 
눈망울에 이슬이 맺히고 마는 것처럼 그리웠습니다. 

얼어붙은 들녘 한쪽 눈 틈새로 한 움큼 피어나는 
봄 아지랑이처럼 바라만 보아도 신기하고 자연히 
흐르는 미소처럼 나 그렇게 그대를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