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

적잖은 세월이 흐른 육순의 나이가 
겨울 산을 배회하는 바람과 같습니다. 

천년만년일 것 같던 푸르른 시절. 
홀연하게 사라져간 먹구름 속에서 
울다 폭풍우를 휘몰고 간 바람처럼. 

예순의 육신이 등짐을 진양 무겁습니다. 
버리고 비우리라를 입버릇처럼 되뇌면서 
이놈의 밴댕이 소갈딱지를 못 면한 탓인지. 
촉 나간 형광등처럼 깜빡대는 흐릿한 정신. 

삶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나이. 
세월의 무게를 실감할 수 있는 나이. 
살아온 자신의 인생길을 무덤덤하게 
꼬리표를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나이. 

해마다 하나씩 잃어버리는 것들이. 
산처럼 쌓여서 바다를 이루어 가는데, 
겨울이란. 세월을 떠도는 이순의 나그네. 
오늘도 흐르는 세월을 품고 짙어가는 밤을 
살며시 끌어다 예순의 세월을 고이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