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같은 벗이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 산그리메처럼 어두워 올 때, 
마음이 울적할 때, 강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다가와 줄 벗 하나 있었으면, 

함께 노래하면, 가득 번지는 친구 하나 있었으면, 
그림자처럼 조용히 흐르는 강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오늘도 어제처럼 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 있는데, 
달빛으로 다가와 등을 쓰다듬어 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라면 칠흑 속에서도 다시 먼 길 갈 수 있을 텐데,

-도종환글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