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바람에도 흔들려요

바람불면 가슴이 시려 오고 비라도 
내릴라치면 가슴이 먼저 젖어 와요, 

스산한 바람에 몸이 움츠러들어 
퍼져가고 파란 하늘에 솜털 구름 
떠다니는 날엔 하던 일 접어두고 
홀연히 어디엔 가로 떠나고 싶어요, 

하루하루 시간이 흐를수록 삶에 
느낌이 가슴에 진하게 다가와요, 
무심히 밟고 지나던 길도, 노점상 
주인도 예사롭지가 않게 다가와요, 

추적추적 내리는 비도 더 없이 
푸른 하늘도 회색빛 낮은 구름에 
바람을 타고 흘려들어 와 코끝에 
꽃의 향기도 그 모두가 다 유혹임을 
창가에 서서 홀로 즐겨 마시던 차도 

이젠 누구를 필요로 해야 하는 인생 
즐겨 듣던 음악도 누군가와 함께 듣고 
싶고, 사람이 그리워지고 사람이 고픈 
나이임을 솔직히 인정하고 싶습니다, 

어설프지도 곰 삭이지도 않은 적당히 
성숙한 그런 나이이기에 어쩌면 한껏 
멋스러울 수 있는 어쩜 멋을 낼 수 있는 
흔들리며 저물어 가는 바람인가 봅니다.

-좋은글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