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을로. 긴 여름을 조심스레 건너온 계절은
비 지난가을 숲에 발을 딛고 비로소 가슴을 연다.
새롭게 그리움을 토하고 마음껏 하늘을 호흡한다.
맑아진 영혼의 창, 생각은 자유의 다리를 건너고,
새 속에 갇힌 자유의 새, 사막에 밝힌 촛불,
선인장 가시에 피어난 꽃, 별을 보고 웃는 얼굴,
어둠 속 파란 하늘에 촘촘히 박힌 하얀 별들이,
창가에 앉아 잔잔한 풀벌레의 세레나데를 들으며
모락모락 하얀김을 피워올리는 한잔의 갈색커피,
사색에 잠긴 첼로가 조용히 방바닥을 구른다.
하늘빛 강을 타고 부드러운 구름을 타고 흐르는
선율을 그려낸 한폭의 추상화 무엇을 말하고 싶나,
가을이었나? 고독이었나? 외로운 영혼이었나?
첼로의 깊이를 알 수 없는 가슴으로 침잠하는 나
커피 향이 부르며. 짙어가는 추억의 향기에 취하여.
헤어날 길 없는 우울의 늪으로 빠지는 염려함으로
빙긋 웃으며 다가가 입을 맞추며 가만히 안아준다.
부드럽다. 따스하다. 이대로 꼭 안겨 깊은 가을로
휘파람 불며 사색의 강을 건너 의미의 숲에 다다른다.